메흐탑

이스탄불에 있던 시절 심리상담교사로 일했습니다. 이스탄불 문화원을 대표하는 배우자와 함께 서울로 왔습니다. 다양한 기회를 통해 터키어를 가르치고 있고, 문화원에서 이루어지는 터키 요리 수업도 열고 있습니다. 요리는 힘든 노동이지만 맛있다는 반응을 확인할 때면 피로가 다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가능한 언어 : 영어, 터키어

“어려운 요리는 보람을 안겨줘요”

메흐탑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도 물론 있지만, 대체로 터키 요리는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메흐탑 씨는 그런 요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과 나눴을 때 돌아오는 반응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드러나는 표정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믿습니다. 한때는 그런 반응을 고향에서 경험했지만, 이제는 이스탄불 문화원에서 요리 수업을 열어 새로운 인연과 나누고 있습니다. 

 

 

 

△ 호스트 메흐탑의 터키식 디너 제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서울에 정착한 배경부터 들어볼까요.

남편이 이스탄불 문화원에서 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남편은 2005년 한국에 왔고, 저는 결혼을 하면서 2010년 남편을 따라 서울에 오게 됐어요. 남편 말로는 제가 한국 생활에 적응을 꽤 빨리 했대요. 남편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두 달 지나서 한국 음식을 먹었을 만큼 먹는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저는 일주일 만에 먹었어요. 다른 외국인들처럼 비빔밥을 먼저 먹었죠. 터키 음식과 한국 음식은 아주 많이 달라요. 한국 음식과 비교하면 터키 음식은 아주 자극적인 편이예요. 지역차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달고 짜고 매워요. 그런 음식에 익숙해져 있어서 한국 음식에 적응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터키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이스탄불에 있을 때는 학교에서 심리상담교사로 근무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외국인 학교에서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터키어를 가르치고 있고, 아동 심리상담교사로 계속 활동하기 위해 보조교사 과정을 밟고 있어요. 외국인 학교에서 일하려면 영어로 모든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배우고 있는 중이예요. 그리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짬짬이 남편의 문화원 일을 돕고 있어요.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문화원에서 열리는 쿠킹 클래스에서 터키 요리를 가르쳐요.

 

 

 

결혼, 출산, 육아에 배우자를 따라 외국에까지 왔으니 경력단절을 걱정할 수도 있을 법한데, 굉장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다행스럽네요.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게 된 배경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아이들은 이제 유치원에 다닐 만큼 컸고, 덕분에 저도 시간을 벌었고 마침 기회도 찾아왔어요. 남편이 일하는 이스탄불 문화원은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기관인데요, 한국에 거주하는 터키 사람이 아직 그리 많지 않아 남편을 도우면서 문화원에서 활동하는 일에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 터키를 소개할 기회가 많다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원봉사 개념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교사로 일해왔기 때문에 그런 일을 좀 더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한때는 한국이 참 막연한 나라였을 것 같아요. 즐거운 일도 생기지만 가끔은 외국생활이 힘들 때도 있을 것 같고요.

다른 터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가 결혼하면서 좀 더 깊게 알게 됐죠. 몰랐던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항상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고, 지금도 만족하고 있어요. 서울에 와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으니까요. 하지만 힘들 때도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1년에 한 번씩 한 달 가량 다녀오긴 하지만, 가족이 그립고 이스탄불이 자주 그리워요. 엄마랑 화상통화를 자주 하는데 가끔은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 밑도 끝도 없이 하소연을 쏟아내고 싶을 때도 있고요. 하지만 늘 참아요. 엄마가 걱정하는 것도 내키지 않고, 나약한 모습을 들키면 저도 많이 후회할 것 같으니까요.

 

 

 

그에 반해 아이들은 그래도 적응이 수월할 것 같네요. 아이들은 어떻게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나요.

큰 아이는 여섯 살, 작은 아이는 네 살이예요.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부모 입장에서 때때로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폭넓게 문화를 경험할 수 있으니 아이한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집에서는 터키 음식을 먹고 터키어를 쓰지만, 유치원에 가면 한국 친구들이 많으니 한국 음식을 많이 먹고 영어로 소통하고 있어요. 아이가 김치찌개를 좋아해 남편이 가끔 집에서 만들기도 해요. 그리고 요새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큰 아이는 지금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데, 한국 친구들이랑 놀고 싶으니까 배우는 것 같네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외국인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좀 더 크면 한국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일반 유치원에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까 잠깐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셨죠. 터키와 한국은 음식 문화도 다르지만 종교 문화도 달라 음식점에 드나들기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거의 매일 집에서 먹어요. 터키 음식을 먹고 할랄을 먹죠. 밖에 나가서 먹을 일이 생길 때면 생선이나 채식 중심으로 먹어요. 처음에는 음식점을 찾는 일 자체가 어려웠지만, 한국 친구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이제는 큰 어려움 없이 잘 먹어요. 근데 사실 터키 사람들 대부분이 외식을 잘 안 해요. 집에서 먹는 음식에 훨씬 익숙하고, 그게 더 건강하고 믿을 만한 데다 맛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 요리하는 메흐탑

 

 

 

 

이제 본격적으로 메흐탑 씨의 요리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지금 문화원에서 지속적으로 요리 수업을 열고 있죠. 그 요리의 배경이 궁금하네요. 어떻게 배우고 발전시키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터키는 아직 손님 접대 문화가 있어요. 가족이든 직장 동료든 많이 찾아와요. 손님이 집에 왔는데 식당에 데려가면 그건 굉장한 실례예요. 집에 며칠 간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뭘 잘못한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해요. 손님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이라는 표현도 있어요. 그렇게 손님을 맞이하면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집에서 가족으로부터 음식을 배워요. 과거와 비교해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 교육을 많이 받고 있고 그래서 이제는 엄마와 딸이 음식을 함께 만드는 시간은 점점 줄고 있지만,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주방 문화와 아예 단절된 상태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저도 이따금씩 그렇게 엄마 옆에서 손님 접대 준비를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배웠고, 그렇게 집에서 쌓은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책을 보고 인터넷 레시피 보면서 응용하고 도전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쌓은 기본 덕분에 무리 없이 쿠킹 클래스를 열고 있는 것 같네요. 쿠킹 클래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어떻게 메뉴를 선정하고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보통 수프로 시작해서 메인 요리, 그리고 샐러드와 디저트로 구성되는 네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해요. 메인이 어려우면 세 가지를 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은 요리들로 다섯 개를 구성하기도 해요. 터키의 일반적인 가정요리를 중심으로 하면서, 메뉴를 선택하기 전에 한국인 친구들한테 물어보면서 가급적 한국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정해요. 그렇게 수업을 진행한지 7개월 됐어요. 그리고 7개월치 메뉴가 쌓였죠. 1년 치를 구성해서 매년 반복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수업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고 있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요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한국의 떡처럼 기술이 필요한 디저트를 한 가지만 선정해서 따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수업에는 어떤 학생들이 찾아오나요?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죠. 아주 가끔씩 외국인도 있고요. 가끔씩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원에 찾아와서 일을 도와줘요.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수업에 함께 참여하면서 통역을 해주기도 하고, 그 김에 고향음식도 먹고 배우고 가기도 해요. 여러 모로 고마운 친구들이예요.

 

 

 

한국과 터키의 음식 문화가 많이 다른 만큼 재료를 구하는 일도 어렵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요?

가급적 한국에서 나는 식재료를 쓰죠.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지를 구하기는 쉽지만 가지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많지 않은데요, 가지가 들어간 터키 음식은 정말 많아서 그것만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꽤 되거든요. 때때로 모자라거나 없는 재료로 요리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면 비슷한 한국식 재료들을 찾아서 대체하기도 해요. 향신료처럼 가벼운 것들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터키 친구가 고향에 다녀올 때 부탁하기도 하고, 대부분 제가 가지고 있는 선에서 해결하려 해요. 치즈, 올리브, 향신료, 홍차 같은 것들을 지금도 집에서 많이 먹고 있어요. 터키 사람들은 차를 정말 많이 마시거든요. 보통 아침 점심 저녁으로 마시고,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눌 때면 여덟 잔에서 열 잔을 마시기도 해요. 

 

 

 

대체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식사하는 편인가봐요. 

남편이 바쁜 날은 어쩔 수 없지만, 아침과 저녁은 가족과 함께 집에서 늘 먹는 편이예요. 터키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가족 중심으로 생활해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각자 일이 바빠서 가족이 모이기 힘들죠.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변화 같아요. 일하는 여성이 많아졌고, 집안일 하는 남성이 많아졌다는 뜻이니까요. 제 남편도 주말에는 음식을 해요. 

 

 

 


​ Mercimek Çorbası 
렌틸로 만든 수프

​ Bezelyeli Havuçlu Pilav
완두콩 당근밥
​ Cacık 
야채를 더한 요거트

​ Köfteli İslim Kebabı
가지와 고기로 만드는 케밥

​ Gül Tatlısı
장미를 닮은 디저트​

 

 

 

 

문득 가족의 입맛이 궁금해지네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배우자가 좋아하는 음식은 다를 것 같아요.

아이들은 야프락 사마(yaprak sarma)를 좋아해요. 터키식 만두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고기와 야채를 다져서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포도잎에 싸서 먹어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수프를 잘 먹어요. 큰 아이는 김을 좋아해요. 남편은 이것 저것 안 가리고 잘 먹는 편인데, 가장 좋아하는 걸 꼽자면 달콤한 디저트류예요. 고즐레메(gözleme) 같은 음식도 좋아하고요. 밀가루 반죽으로 밀전병을 만든 뒤에 시금치나 감자, 고기 같은 걸 싸서 익혀 먹는 음식이예요. 결혼하기 전까지 만들어본 적 없지만 서울에 와서 몇 번 시도해보면서 제대로 반죽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가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메흐탑 씨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하네요. 

요리를 정말 잘 하세요. 터키 요리는 손이 많이 가요. 그래서 어렵다고들 하는데 엄마는 어려움을 모르고 언제나 척척 만들어왔어요. 집에 손님도 늘 많이 왔고요. 아버지도 꽤 하세요. 가장 잘 하는 건 바베큐인데, 어린 날 가족과 함께 소풍갈 때마다 아버지가 고기를 구우셨어요. 성인이 되면서 고향을 벗어나 이스탄불에서 긴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도시 생활하면서 만들었던 음식과 가정을 이룬 지금 만드는 음식이 달라요. 점점 엄마 음식이랑 비슷해지고 있어요. 제가 지금 별 어려움 없이 음식을 만드는 건 자라온 환경 덕분일 것 같네요. 늘 요리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성장했으니까요. 

 

 

 

그런 어머니와 자주 통화한다고 하셨죠. 요리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처음에는 질문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진을 많이 보내요. 물어보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그때그때 모르는 게 생기면 물어보긴 하지만요. 최근에는 비베르 살차(biber salçası)라고 불리는 고추 페이스트를 만들어서 사진을 찍어 보냈어요. 터키 사람들은 가을이면 바빠져요. 한국에서 김장하는 것처럼, 겨울에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시기거든요. 겨울이 되면 야채와 과일 같은 식재료가 비싸지고 맛도 떨어지니까요. 그때 비베르 살차를 만들어서 여러 음식에 써요. 터키에는 고추의 종류가 많고 지역마다 맛도 달라서 요리마다 다른 고추를 들어가는데요, 어떤 고추를 쓰느냐에 따라 비베르 살차의 맛도 달라져요. 저는 이번에 그냥 한국에서 파는 고추로 만들어봤어요. 그리고 겨울 내내 맛있는 음료수를 먹을 수 있게끔 자두도 발효해놨어요.

 

 

 

좋은 요리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요리하는 일을 즐기고 있나요?

어떤 날은 손님 접대를 위해 하루 전부터 준비하기도 해요. 그러면 때때로 피곤하죠. 그렇게 준비한 뒤에 손님의 얼굴을 보는 일을 좋아해요.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나오는 표정은 거짓말을 안 하거든요. 그런 표정을 볼 때면 그동안 느낀 피로가 다 사라져요. 손님은 우리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예요. 그런 사람을 위해 시간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

 

 

 

 

△ 호스트 메흐탑

​ 호스트 메흐탑이 선택한 재료들

 

 

 

 

메흐탑 호스트의 디너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