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수

에콰도르 키토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 휴스턴으로 갔습니다. 대학에서 요리를 공부했고, 미국과 홍콩 한국 등 여러 지역의 레스토랑을 드나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양식과 한식은 기본이고, 일식과 남미 요리 등 표현 범위가 넓습니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재료, 일본의 기술, 그리고 에콰도르의 문화를 담은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고 싶어합니다.

가능한 언어 :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많이 먹어봐야 더 좋은 요리가 나와요”

강지수

 

강지수 씨는 그간 에콰도르와 미국,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요리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런 지수 씨를 만나 말을 주고받을 때면 자연스럽게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들려주는 이야기 구석구석에 실감나는 현지의 문화와 공기가 깃들어 있거든요. 음식도 그만큼 흥미롭습니다. 참신한 용광로라고 해야 할까요. 여태까지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반영해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 호스트 강지수의 에콰도르식 디너 제안

 

 

반갑습니다. 에콰도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그 시절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에콰도르에서 태어났어요. 살았던 지역의 이름은 키토(Quito), 에콰도르의 수도예요. 그리고 열다섯 살에 미국 휴스턴으로 이민을 가게 됐어요.

 

 

 

미국에서 보낸 시절이 궁금하네요.

가족은 지금까지 다 미국에 있어요. 저는 거기서 9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왔고요.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를 미국에서 보낸 셈인데, 결국 요리를 하게 됐어요. 미국에 있는 요리 학교에 갔고, 양식의 기본을 배웠어요. 미국에서는 보통 ‘컬리너리(culinary)’ 과정이라고 불러요.

에콰도르에 있던 시절 부모님은 늘 일 하느라 바빴고, 그래서 집이 비어 있을 때가 많았어요. 열네 살 무렵부터 스스로 밥을 챙겨 먹기 시작했는데, 계란 후라이도 하고 서툴지만 아는 요리도 몇 개 하고 그랬어요. 그땐 즐거운 취미였는데, 어떤 대학을 가야 하나 고민할 무렵 요리 생각이 났죠. 그런데 덜컥 입학하기엔 좀 망설여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학교를 가기 전에 먼저 일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식당에 먼저 나가본 뒤에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싶었죠. 그리고 일을 하면서 제가 진짜 요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들이 먹는 걸 보는 게 즐거웠거든요.

 

 

 

그럼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레스토랑을 경험했나요?

휴스턴엔 한인 타운이 있어요. 거기서 한국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일도 구했죠. 처음엔 한식을 다루는 작은 델리에서 일했어요. 칼이나 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작업만 했고, 손님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감하는 게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어요. 다음에는 레스토랑의 주방으로 갔고, 한식부터 일식까지 여러 가지를 했어요. 한편으로는 서빙도 했고 프론트 매니저로 일하기도 하면서 레스토랑을 전체적으로 경험하게 됐는데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끝까지 음식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됐어요. 특정한 요리 전문가로 제 영역을 한정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F&B(food and beverage)나 와인 같은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요. 어쨌든 음식과 관련한 모든 일 자체를 즐거워하고 있다는 뜻이예요.

 

 

 

여기서 잠깐 언어 능력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한국어도 잘하고, 스페인어와 영어도 잘하니까 요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어릴 적엔 한국어를 잘 못했어요. 그냥 부모님과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단어만 알고 있었어요. 한인마트에서 아르바이트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요. 한국에 와서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많이 배웠죠. 그래도 빨리 말하긴 어려워요. 현실에서든 인터넷에서든 영어가 아직 편해요. 네이버는 맞춤법이 틀리면 검색이 잘 안 되는데 구글은 스펠링이 틀려도 결과가 그럭저럭 잘 나오니까요. 어쨌든 세 가지 언어를 할 수 있으니까 프리랜서로 통번역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는데 거의 대부분 레스토랑에 관련된 일이었어요.

 

 

 

 



 △ 요리하는 강지수

 

 


이제 한국으로 돌아올게요. 처음 한국에 와서 어떤 일부터 시작했는지 궁금하네요.

2009년 혼자 한국에 들어왔어요. 처음에 왔을 땐 일산에서 2년 동안 영어 강사를 했는데, 요리 학교를 같이 다닌 친한 선배로부터 제안이 왔어요. 선배는 홍콩에서 일하고 있었고, 한식 헤드 셰프 포지션이 생겼으니 원한다면 오라고 했죠. 그래서 학원을 정리하고 홍콩으로 가서 1년을 보내고 왔어요.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엔 힘들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직책을 맡았거든요. 모든 음식을 총괄하는 셰프로 갔어요. 

 

 

 

그게 20대 시절이죠?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을 굉장히 일찍 시작하셨네요. 고충이 많았을 것 같아요.

홍콩의 식당에는 특정한 요리 하나만 20년씩 해왔던 중국 사람들이 많아요. 한식당이긴 하지만 외국이라 모든 스태프를 한국 사람으로 쓸 수 없으니 셰프, 수셰프, 수퍼바이저 같은 주요 직책에만 한국인이 배정되고, 실제로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중국인이 많아요. 이따금씩 네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은 장인과 다르지 않으니 제가 통제하기가 어렵죠. 제가 셰프라 해도 20년 동안 똑같은 요리를 해왔던 사람보다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린 셰프가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죠.

일하는 동안에는 바쁘니까 주방 인원 모두가 퇴근하고 혼자 주방에 남아 밤새도록 이것저것 연습하곤 했어요. 그러면서 저도 좀 변했어요. 실습을 거듭하면서 그들이 만드는 음식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찾게 됐거든요. 제가 그들만큼 요리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디테일한 요구를 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제가 하는 세부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때부터 주방을 콘트롤할 수 있었어요. 셰프란 음식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주방을 전체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하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셰프의 의미를 스스로 수정하면서 제가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1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와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다시 학원에 돌아가서 2년을 일했어요. 홍콩에서 하던 일이 마무리될 무렵 다니던 학원 원장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오라고 했어요. 원장의 반응을 보고 일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어요. 뭘 하든 마무리가 더 중요하고, 깔끔하게 끝내야 새로 기회를 얻는 게 좀 더 수월하다는 것이죠. 복귀해서 2년을 더 강사로 일하다가 다시 요리에 대한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리고 전에 그랬던 것처럼 학원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일을 마무리지은 다음 요리로 갔어요. 

 

 

 

한국에서 첫 번째 요리 이력이 시작되는 순간이네요. 그때 어떤 음식을 했나요?

제주도에서 푸드 트럭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발상은 재미있었지만 제주도까지 가서 하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고민하던 무렵 새로운 기회가 왔어요. 홍대의 어느 와인 바에 들어가서 1년 동안 음식을 하게 됐죠. 원래 와인을 좋아했고, 와인 동호회를 드나들다가 만난 멘토로부터 소개를 받아 시작하게 됐죠. 와인과 페어링할 수 있는 스테이크, 파스타, 샐러드를 주로 했고, 손님이 와인을 직접 가져오면 그 와인에 맞춰서 제가 페어링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지금은 한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일식을 하고 있어요. 분야는 교토 퀴진이고, 가이세키 코스와 일본 가정식을 하고 있어요. 규모가 꽤 커요. 100인 정도 들어가는 레스토랑이예요. 호텔은 처음이라 그간의 경력은 인정되지 않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셰프들 이력이 대단해요. 미슐랭 스타 출신도 있고, 그래서 배울 게 많아요.

 

 

 

그런데 왜 일식을 선택했나요?

미국에 있던 시절 일식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적이 있는데, 그땐 막연하게 스시를 좋아해서 갔거든요. 그리고 한식 셰프로 일했던 건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결정한 일이었어요. 일식, 한식, 그밖의 다른 분야의 음식에 이르기까지, 저는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겠다는 신념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각각의 다른 분야에서 배울 수 있는 강점에 더 관심이 많아요. 한식을 배우면 한식에서만 쓰는 재료와 양념의 특성을 익히게 되고, 일식을 하면 칼을 다루는 섬세한 테크닉을 배울 수 있죠. 저는 이렇게 폭넓게 경험하고 공부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표현 범위가 넓어지니까요. 끝까지 하나만 파겠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간 배운 것들을 두루두루 활용해 표현하는 나만의 요리에 더 이끌린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식당에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힘든 노동이 따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진 않나요?

주 5일 근무하고, 하루에 열두 시간 일해요. 일이 많은 날은 열세 시간을 하고 열두 시쯤에 집에 들어와요. 늘 일이 고되니까 아침엔 많이 지치지만 늘 그렇듯 끝나면 에너지가 생겨요.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한다면 여섯 시간도 엄청 길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잠깐 말 나온 김에 미국의 일식 문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미국에서 스시는 일찍 대중화됐지만, 지금의 한국처럼 일식 자체가 큰 발전을 이루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입맛이 다르니까요.

맞아요. 미국에서 일식이라 하면 주로 스시랑 사시미예요. 회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덴뿌라, 우동, 캘리포니아 롤을 먹거나 장어나 새우초밥 정도만 먹어요. 그래도 요새는 좀 많이 변했어요. 사시미를 먹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아주 깊게 들어가는 단계는 아니지만요. 한국처럼 일본의 지역 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레스토랑은 아직 찾기 어렵죠. 

그런데 어떻게 변할지 모르죠. 입맛이나 취향은 계속 바뀐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야채를 싫어했던 사람도 어떻게 야채를 조리하느냐에 따라 인식이 바뀔 수 있거든요. 당장의 만족을 넘어 앞으로 야채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고요. 먹으면 계속 변해요. 한국만 봐도 그렇지 않을까요. 음식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계속 보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 한국에 왔던 5년 전과 비교해서 향신료 구하기가 쉬워졌어요. 그때만 해도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지금 요리하기 아주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미래가 크게 열려 있으니까요.

 

 

 

 

△ 강지수의 메네스트라 데 렌떼하스Menestra de Lentejas
에콰도르의 주식으로 통하는, 렌틸과 야채로 만든 스튜

 

 

 


  

△ 강지수의 수비드 닭가슴살과 야채 샐러드Sous-Vide Chicken Breast with seasonal salad and simple dressing

에콰도르 전통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부드럽고 신선한 메인 요리

  

 


 

△ 강지수의 세비체 데 까마롱Ceviche de camaron

새우로 만든 에콰도르식 세비체 

 

 

 

이제는 강지수 씨가 만드는 음식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먼저 강지수 씨 음식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네요. 성장하던 시절의 식탁 이야기를 들어부터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녁엔 가족과 함께 한식을 먹었어요. 그때 한국 교민이 약 2천 명 가량이었는데, 남미 주변국과 비교해 영토가 작아서 그랬는지 서로 알고 지내는 한국인이 많았어요. 한국 식료품점은 커녕 마트도 없던 시절이라 교민 사회를 통해서 재료를 구했죠. 교민의 가족이 보내준 고춧가루를 엄마가 현금으로 사왔어요. 창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국 식료품을 수입해서 팔기도 했고요. 그렇게 해서 한국과자를 먹곤 했어요. 점심에는 에콰도르의 전통 음식을 먹었어요. 집에 일하는 현지인 아주머니가 매일 만들었죠. 

 

 

 

그리고 에콰도르의 음식 문화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페루와 콜럼비아랑 붙어 있어요. 그래서 음식 문화가 전반적으로 비슷해요. 그리고 에콰도르는 크게 세 가지 지형으로 나뉘는데요, 서쪽은 해안가라서 해산물을 많이 먹어요. 가운데에는 산이 있어요. 동쪽에는 아마존이 있고 거기선 토끼나 뱀 같은 야생동물 수요가 높아요. 그리고 모든 지역에서 고기와 콩, 옥수수와 감자를 많이 먹고 있고요. 그리고 에콰도르 사람들은 페루 사람들만큼 자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요.

 

 

 

그간 경험하고 배웠던 수많은 분야가 있을 텐데, 원파인디너와 인연을 맺은 뒤 에콰도르 음식부터 먼저 선보였어요. 이유가 있나요?

원파인디너는 전 세계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 곳이라는 걸 알았고, 다른 호스트와 겹치지 않는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닭가슴살 수비드, 메네스트라, 세비체를 준비하게 됐는데, 메네스트라와 세비체는 에콰도르에서 유명한 음식이고 닭가슴살 수비드는 그냥 제가 만든 요리예요. 두 가지 음식과 어울릴 만한 메인 요리를 만들어본 건데요, 요리는 늘 그렇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여긴 에콰도르가 아니라 재료가 다르고, 명백한 레시피가 있다고 해도 모든 요리를 책과 똑같이 할 수는 없어요. 똑같은 걸 배워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요. 늘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러운 요리라고 생각해요. 지금 일식을 하고 있다고 아까 이야기했는데요, 일식으로부터 얻고 싶은 기술이 있어서 하기로 했거든요. 에콰도르에서는 전통 음식을 먹었고 미국에선 양식을 배웠죠. 그렇게 경험한 것들이 지금 요리에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세비체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네요. 

남미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페루에 가서 세비체 먹는 걸 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세비체의 세계는 엄청나게 다양하거든요. 일례로 멕시코에 가면 ‘새우 칵테일(cóctel de camarón, shrimp cocktail)’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써요. 토마토 소스도 많이 들어가고요. 그리고 세비체를 먹는 방식도 다 달라요. 콜드 에피타이저로 가볍게 먹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만 먹으러 레스토랑에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리고 세비체는 ‘빠따꼬네스(patacones)’랑 같이 먹기도 하고요. 조리용 바나나를 구운 음식이예요. 그런 배경에서 출발해 세비체가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세비체를 만들 때 광어 같은 생선을 그냥 날로 먹기도 하고, 새우나 오징어 같은 해산물을 살짝 익혀서 만들기도 하죠. 지수 씨는 새우를 익혀서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이유가 있나요?

라틴 음식은 전반적으로 꽤 자극적이예요. 엄청 맵고 시고 짜요. 조금 더 부드럽게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강도를 낮췄어요. 그래서 새우를 익혔어요. 에콰도르에서는 대부분 새우를 레몬과 라임에 네 시간 가량 숙성한 뒤에 세비체를 만들어요. 산미 때문에 새우가 살짝 익거든요. 근데 그러면 한국 사람 입맛에 너무 시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살짝 익히는 걸로 조정해봤어요.

 

 

 

그리고 메네스트라라는 음식을 소개했어요. 렌틸로 만든 스튜인데요, 덕분에 건강한 식탁이 완성된 느낌이네요.

에콰도르에서는 렌틸을 정말 많이 먹는데요, 수퍼푸드가 아니라 그냥 늘 먹는 친숙한 식재료라는 인식이 더 강해요. 대표적인 렌틸 요리로 메네스트라를 꼽을 수 있는데요, 에콰도르 사람들은 메네스트라를 밥, 그리고 소고기랑 같이 먹어요. 보통 고기를 얇게 썰어서 소금 간하고 팬에 구워요. 그런데 제가 구상한 메뉴 안에 제철 야채와 닭가슴살이 들어가니까 기름진 음식을 엮을 필요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건강에 초점을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서 고기를 내려놓고, 메네스트라를 밥과 함께 사이드 메뉴로 준비하기로 했어요. 저도 효과를 보기도 했고요. 한 달 동안 이걸 먹고 8kg을 줄였으니까요.

 

 

 

그런데 듣고 보니 메뉴 구성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네요. 그런 고민을 즐기는 편인가요?

집에 누워 있을 때 생각이 많이 나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어요. 그런 아이디어는 결국 재료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한국 나물에 관심이 많아요.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지만, 조리 활용도가 굉장히 높아요. 무침으로, 샐러드로 만들 수도 있고 허브로 대체할 수도 있거든요. 철 바뀔 때마다 계속 찾아보면서 먹고 있어요. 먹어보고 맛을 제대로 알아야 머리 속에서 새로운 조합이 나오고 새로운 음식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결국 많이 먹는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해요. 많이 공부하는 사람보다도요. 맛을 알아야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니까요.

 

 

 

재료를 알고 맛을 알려면 많이 사야겠죠. 주로 어디에서 사나요?

예전에는 마트에 갔는데 지금은 재료마다 달라져요. 고기를 살 땐 아는 정육점에 가고, 야채와 허브가 필요할 땐 농수산물 센터로 가요. 시간이 많을 때는 많이 샀어요. 세일 기간에 맞춰서 닭을 열 마리씩 사고 그랬어요. 다 잘라서 분리한 다음에 부위별로 냉동해두고 먹고 싶을 때마다 꺼냈어요. 그리고 친구들도 초대하고 그랬죠.

 

 

 

 △ 강지수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이야기를 쭉 듣다 보니까 그동안 경험했던 나라가 참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또 새로운 환경을 만나 도전하는 일에 큰 두려움이 없을 것 같아요.

영어 강사로 일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4년간 일하면서 늘 요리를 갈망했어요. 더 늦기 전에 다시 요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학원에 나가던 시절 평일 오전과 주말에는 시간이 많이 나니까 연구실처럼 집을 쓰곤 했어요. 뭔가 계속 만들고, 친구들 계속 부르고 그랬죠. 결국 요리를 계속 하고 있으니까 만족은 하는데, 지금은 정착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어디에서 요리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죠. 20대라면 좀 더 마음이 가벼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나이가 많다고 할 수는 없어도 어딘가 자리를 잡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어요. 친구들도 회사를 다니고 부모님 또한 안정을 원하고 있고요. 멀리서 기회가 온다면 분명 고민은 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어떤 기회를 만들고 싶은가요. 지수 씨가 꿈꾸는 요리랑 연관이 있을 것 같네요.

계속 변해요. 처음엔 내 레스토랑을 갖고 싶었는데 혼자 하면 너무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됐죠. 요새는 여러 가지로 미래를 생각해요. 연구소처럼 쿠킹 스튜디오를 열어서 계속해서 요리 연구를 해볼까, 아니면 가공품으로 나가볼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의 요리를 생각해요.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여태까지 경험해왔던 모든 것을 연결해보고 싶어요. 에콰도르 음식을 하면서 한식 재료를 쓰고 일본의 기술을 쓴다면 재미있고 색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 강지수가 선택한 재료들

 

 

 

 

 

 

 

강지수 호스트의 디너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