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약 10년 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머물면서 요리 학교를 다녔는데요, 거기서 푸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면서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깊이를 얻었습니다. 프랜차이즈, 교육활동, 케이터링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이력을 쌓아온 뒤 지금은 연남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한국의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이탈리아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능한 언어 : 한국어, 영어, 이탈리아어

"포근하고 친근한 요리를 하고 싶어요"

이현승

 

몇 달 전 첫 레시피 촬영이 있던 날, 그녀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다듬은 상태로 가져왔습니다. 촬영 전날 다 손질해둔 겁니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에 익숙해 늘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음식에서도 비슷한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습니다. 이탈리안 음식을 소개하는 호스트 이현승 씨의 이야기입니다.

 

현승 씨는 20대 초중반부터 식당에서 경험을 쌓다가 요리 교육으로 잠깐 방향을 돌렸는데요, 이후 이탈리아 피렌체로 요리 유학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연남동에 위치한 아담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식사와 수업, 케이터링 등 다양한 형태로 음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재료의 맛을 살리는 요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좋은 재료를 고집하기에 비용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도 그걸 내려놓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런 현승 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아늑하면서도 모든 것이 가지런하고 정돈된 인상을 줍니다. 현승 씨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깔끔한 사람인지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복잡한 날 찾아가 밥 한 그릇 먹고 온다면 어쩐지 머리가 좀 맑아질 것 같습니다.

 

 

 

△ 호스트 이현승의 토스카나식 디너 제안

 

 

 


공간이 정말 깔끔하네요. 정리정돈에 신경을 많이 쓰는가봐요.

전 지저분한 것만 눈에 들어오네요. 사실 잘 치우고 닦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한다고 해도 성에 안 찰 때가 더 많아요.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고는 있지만 가끔은 피곤하다고 느끼게 되네요.

 

 


요리를 꽤 일찍 결정하셨죠.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 졸업 무렵 친구가 레스토랑에 취직했고 같이 일하는 건 어떻겠느냐 했어요. 재미있겠다 싶어 후딱 한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러고나서 바로 식당에 들어갔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갔으니 처음엔 엄청 고생했죠. 일 자체도 힘든 데다 기존의 주방 사람들과도 원만하게 지내기 어려웠거든요. 그런 채로 1년을 견디다 음식 교육으로 방향을 틀기로 마음 먹었어요. 

 

 


어떤 교육 활동을 했나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프랜차이즈 소속으로 메뉴 교육을 했어요. 상대적으로 몸도 편했고 매뉴얼대로 교육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와 보람이 있긴 했지만, 사람들과 나누면서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면 나부터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싶어졌어요. 그때가 2004년 즈음인데, 그때 한참 푸드 스타일링이 각광을 받기 시작할 때라 그쪽을 한참 생각해보다가 결국 좀 더 폭넓은 분야를 선택했어요. 유학을 결정했고,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요리 학교에서 푸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게 됐어요.

 

 


푸드 커뮤니케이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인가요?

음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여기에 스타일링, 사진, 글 같은 콘텐츠를 더해 내 음식의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예요. 그렇게 해서 책을 만들기도 하고요. 거기서 요리책을 세 권 기획했어요. 그 중 하나가 피렌체 바의 식전주 문화를 다룬 책이었는데요, 한참 동기들이랑 회의하면서 주제를 정해서 셰프랑 스케줄 잡고 사진과 레시피를 정리했죠. 요리의 기술을 배우는 일보다는 저는 이런 번외 작업들이 좀 더 재미있었어요. 농장 견학도 마찬가지로 즐거웠는데, 아주 오래 전부터 키우던 소의 품종을 확인하고, 밀이 어떻게 자라 파스타로 만들어지는지를 관찰하는 일이었죠. 가난했던 유학생 시절이라 큰 돈을 못 쓰긴 했지만, 음식 및 식재료에 관한 박람회장과 축제를 따라다닐 때도 늘 신나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탈리아로 가게 됐나요? 유학을 생각한 순간 굉장히 많은 후보군이 있었을 것 같아요.

원래는 미국의 한 요리학교를 목표로 삼고 먼저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학교는 붙었어요. 그런데 비자가 안 나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어리숙한 결정인데, 다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서류를 혼자 썼어요. 발급 대행기관을 통해서 해도 비자가 나올까 말까라는 걸 몰랐거든요. 학교가 승인을 하고 보증까지 해줬는데 비자가 안 나왔으니까 결국 입학금만 날리고 학교는 못 가게 됐죠. 

그런데 그때 이탈리아 피렌체에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가 있다는 정보를 접했어요. 들은 즉시 이탈리아 알파벳만 익히고 어학 3개월 하고 바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영어보다 이탈리아어 수업이 더 수월하다고 느낄 만큼 언어도 성장했고, 미국에 안 간 게 다행이다 싶을 만큼 수업의 내용도 만족스러웠어요. 

캐나다에 머물던 시절 터키 출신의 친구를 알게 됐는데, 그 친구가 커피잔으로 커피점을 봐준 적이 있어요. 선을 하나 긋고 남은 커피가루를 보더니 곧 길쭉한 곳에 머물 것이라고 했는데, 그때만 해도 일본에 놀러갈 일 생기나? 하고 웃고 말았죠. 그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에 가서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성인이 되어서 낯선 언어와 환경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순조로운 과정이었나봐요.

시내 임대료가 학생이 감당하기에 좀 비싸니까 한국 유학생들 대부분이 외곽으로 나가서 모여 살거든요. 그런데 저는 피렌체 시내에서 홈스테이를 했어요. 피렌체는 시내 자체가 문화유산인 곳이고, 덕분에 아름다운 환경에서 늘 학교를 오갈 수 있었어요. 방을 빌려준 현지인 친구 또한 운 좋게도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었고, 그렇게 같이 산 덕분에 언어도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결혼해 아이를 낳고 이제야 이사한다면서 제가 머물던 방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줬어요. 

다녀와서도 잊을 만할 때쯤이면 이탈리아어를 쓸 기회가 지속적으로 생기곤 했어요. 잠깐 커피 무역하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메뉴 교육을 했는데, 이탈리아 출장을 종종 가게 됐거든요. 취미로 뭘 좀 배우러 학원에 갔다가 한국에 사는 이탈리아인 친구를 만나기도 했고요. 계속 그렇게 쓸 기회가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 요리하는 호스트 이현승

 

 

 

 

이탈리아 얘기 한 번 해볼까요. 머물면서 느낀 문화차이 같은 게 있다면 설명 부탁할게요.

잠도 잘 못잘 만큼 주방일에 시달리다가 학생 신분으로 갔으니까 마음이 편했고, 그래서 좋은 게 더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일단 모든 게 다 느려요. 인터넷에 대해서는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 좋고, 뭔가 고장나서 사람을 부를 일이 생길 때도 그냥 혼자 알아서 해결하는 게 나아요. 인건비도 비싼 데다 사람 부르면 한 달 걸리거든요. 

홈스테이 하면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도 그랬어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집에 와서 점심을 먹어요. 그러고나서 커피 한 잔 마셔요. 막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집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회사로 돌아가요. 그렇게 느리고 여유로워서 답답한 것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숨가쁘게 사는 것보다 훨씬 낫죠.

한편 젊은 사람들과 나이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보통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몸에 안 좋은 것 못 먹게 하는데, 거기선 어른들은 물론이고 애들 스스로 나쁜 음식을 피해다녀요. 찬 거 몸에 안 좋다고 안 먹어요. 잠도 일찍 자요. 이래저래 세대차이는 존재하지만 자신의 몸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좀 더 일찍 자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내에서 농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가끔 피렌체나 토스카나에 장이 열리는데,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져오는 농부부터 다른 지역의 치즈 장인까지 다 모이는 행사예요. 건강한 식재료를 눈으로 확인한다는 건 요리하는 사람에게 퍽 반가운 일이니까요. 지금 지속적으로 도시형 장터 마르쉐에 나가고 있는데, 그때의 경험 덕분에 이런 행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식재료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좋은 걸 쓰는 만큼 음식의 단가가 높아질 테니 아무래도 갈등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직접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스타와 피자에 주력하는 이탈리안 음식점은 어딜가나 많으니 차별화를 고민하다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이탈리안 음식으로 운영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늘 어려워요. 대규모 식당이라면 많이 사는 만큼 이득이겠지만 전 팝업 형태로 작게 하고 있으니까요. 경험이 쌓이면서 터득한 방법이라면 좀 더 발품을 팔아 좀 더 저렴하면서도 좋은 식재료를 구해오는 건데요, 그래서 농부들과 직접 연락할 때가 많아요. 

농부가 그때그때 수확한 작물을 만나고 있기 때문에 음식이 철마다 바뀌어요. 봄철이면 냉이와 달래로 리조또를 만들고, 농부가 직접 재배한 선비잡이 콩으로 콩스튜를 만드는 방식이예요. 여기서만 그렇게 새로 개발한 메뉴가 100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재료가 동나면 또 바꾸고 추가되면 또 바꾸고 있어요. 그런 작업들을 꽤 즐기고 있어요. 새로운 식재료를 만날 때마다 반갑고, 계속해서 새로운 메뉴를 고민한다는 건 저한테도 보탬이 되는 일이니까요. 이래저래 고마운 분들인데, 식사 대접하겠다고 꼭 오시라고 말씀릴 때마다 쑥스러워서 그런지 주로 거절하세요.

새로운 작물의 씨앗을 구하게 될 때면 키워달라 부탁할 때도 있어요. 저도 텃밭 관리를 하고는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라서 늘 키워왔던 것 말고는 잘 안돼요. 그리고 외국산 허브 말고도 국내산 좋은 작물들이 많아요. 그런 식재료를 활용해야 좀 더 특색있는 음식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끝없이 공부하고 있어요. 

 

 

 

△ 호스트 이현승의 빠빠 알 뽀모도로Papa al Pomodoro
토마토와 바게트로 만든 이탈리안식 수프


△ 호스트 이현승의 파스타 에 파졸리 Pasta e fagioli
까넬리니 빈과 시금치로 만든 파스타


△ 호스트 이현승의 뽈로 알라 카차토라Pollo alla Cacciatora

이탈리아식 닭볶음탕

 

 

 

 

 

 

지금까지 식당을 혼자 운영하고 있죠. 메뉴도 스스로 고민하고 음식도 혼자 다 하고, 여러 모로 바쁠 것 같아요. 그렇게 일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네요.

이전까지 케이터링과 수업에 주력하면서 다른 동료들과 작업실을 같이 썼어요. 마르쉐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낄 무렵 마침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연남동에 자리를 잡게 됐어요. 처음엔 개인 작업실로만 쓰려 했지만 그러기엔 월세가 너무 높으니 식당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게 됐어요. 주 3-4회 정도씩 열면서 다이닝과 쿠킹클래스를 겸하고 있어요. 다른 날엔 케이터링, 장터 준비 같은 일을 하고 있고요.

이것저것 음식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어떤 걸 할 수 있고 못 하는지를 어느 정도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드는 음식 대부분이 손이 많이 가거든요. 며칠 전부터 준비하면서 체력을 안배해야 일이 순조로워지는데, 시간에 쫓기면서 하면 일단 제가 하기 싫어지고 그럼 바로 음식에 영향이 가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운영하기로 했어요.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됐다고 해서 고민이 끝나는 건 아니더라고요.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한 자리에만 있으면 금방 지루해지거든요. 그래서 장터에 나가는 것처럼 많은 인연을 만나면서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요리란 어떤 것인가요.

요리가 주는 즐거움을 너무나도 잘 아는데, 칼을 들고 일해서 그런가 주방에 들어서면 늘 예민해져요. 음식이 곧 나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니 세상은 이걸로 나를 판단할 거라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작은 실수 하나도 스스로 용납 못할 만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늘 힘들죠. 가정식 레스토랑을 하는데 어느 순간 파인 다이닝의 세계를 넘보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집에서 그냥 편하게 요리하고 싶어요. 친구들 가족들 불러서 밥 같이 먹는 게 가장 좋아요. 음식에 관한 한 과장하지 않고 편안하고 친근한 요리를 하고 싶어요. 그럴 때 가장 행복하고 음식도 잘 나오거든요. 

 

 

 

 △ 호스트 이현승이 선택한 재료들




 △ 호스트 이현승


 

 

 

 

이현승 호스트의 디너 제안

  • 현재 디너를 준비중입니다.